키워드가이드 검색

검색창
사사(社史) 기업과 사사

사사와 장수기업의 상관관계

입력시간 2010-07-25 오후 2:37:36

세계에서 일본과 독일이 기록을 가장 잘 하는 나라로 소문 나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입이나 글을 통해 대충 그렇다고 전해진다. 독일과 일본을 두서너 번씩 방문한 나도 얼추 그런 통계에 한 표 던진다. 특히 일본의 기록문화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건 기록이 단순한 취미나 습관을 초월하여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내가 방문한 독일 회사들은 모두(서너 개 회사였지만) 작은 기록관(우리는 보통 역사관이라고 한다)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관이라고 해야 우리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복도 한 켠에 옛설비와 문헌들을 전시해두거나 작고 허름한 방에 오래된 물건과 연표, 사진 등을 걸어둔 정도지만, 아무튼 그들이 기록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은 분명하게 받았다. 또 하나 독일에서 유독 많은 건물낙서를 만났다. 약간 구석진 곳에 위치한 건물마다 벽마다 낙서가 써있었다. 프랑크푸르프보다 베를린에 건물낙서가 더 많았지만, 어쨌든 나는 그것도 그들의 기록문화의 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일본의 기록문화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알려진 바가 많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경험한 것은 몽골여행에서다. 몽공여행에 동행했던 일본인에게서 기록문화의 습관을 확인했다. 작년(2009년) 여름이다. 몽골여행에 한국, 일본, 폴란드 여성이 동행했다. 처음부터 작정을 한 건 아닌데 어쩌다가 우연히 세 나라 여성들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몽골은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다. 7월만 돼도 저녁이 되면 쌀쌀하다. 그때는 비가 많이 와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폴란드 여성은 여행 내내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벗지 않았다. 마지막 날 울란바타르로 돌아와 목욕하고 식당에 나타난 그녀는 등이 푹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역시 유럽은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몽골이 처음인 한국 여성은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한여름 패션을 하고 험한 몽골을 투어했다. 남자들의 마음을 썰레게 하기는커녕 걱정거리만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혹시 감기에 걸리면 인천공항에서 신종플루 집단으로 분류되지 않을까(작년 신종플루가 극성일 때였으니까). 그녀도 "전혀 몽골을 조사하지 않고 그냥 따라 나섰다." 고 솔직하게 말했다. 인상적인 건 일본 여성이었다. 그녀도 몽골이 처음이었지만 그녀는 준비가 철저했다. 아침마다 그 날의 날씨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게르에서 나왔다. 하루는 해가 쨍쨍한데 아래위 방수천으로 된 우의를 입고 게르에서 나왔다. 자신도 멋쩍은지 일본에서 출력해온 종이(기록)를 보여 주었다. 매일매일 몽골의 날씨가 기록돼 있었다. 그날 투어를 끝내고 게르에 도착할 무렵 폭우가 쏟아졌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일본인들의 기록문화를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섬나라 일본은 홍수, 태풍, 지진, 화재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기록한다. 그 기록을 공유하며 자연을 극복한다).

그리고 내가 일본에서 유심히 봤던 것은 생산공장마다 입구나 구석에 붙어 있던 메모들이다. 국내에서도 생산공장의 벽에 메모판이 붙어 있지만 뭐라고 할까, 그 정성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대충대충 형식적이라는 느낌이라면 그네들은 정말 뭔가를 알리고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뭔가 더 정돈되었고 더 사실적이고 더 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음식점 주방 안이나 주방 앞에 붙어 있던 메모판도 인상에 남았다. 메모판마다 빽빽하게 메모가 붙어 있었다. 작은 식당의 메모판에 대해서, 그 꼼꼼함과 치밀함과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습관적 메모문화에 대해서는, 다른 블로거에서도 그런 글을 여러 번 보았다.

내가 일본의 기록문화가 단순히 멋내기나 형식적이지 않고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사(社史)' 때문이다. 사사는 기업의 기록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은 '사사천국'이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사사를 관행적으로 발간한다. 한때 국내에 사보붐이 일었다가 지금은 거의 죽었지만 일본 기업들은 사사붐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거의 기업의 스펙으로 정착되어 있다고 할 정도다.

일본엔 사사만 취급하는 중고서점이 있는데 언젠가 그곳에 가보고 "졌다" 고 두 손을 들었다. 100년사, 200년사가 흔해 빠졌다. 일본이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건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200년 이상된 나라가 세계에 5500개 정도가 있는데 그중 55%가 일본 기업이다. 사사가 가장 많은 나라-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 나는 이 둘 사이에 분명 뭔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은 기록을 멋내기가 아닌 생존의 도구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2009 사사(社史) 키워드 가이드 유귀훈. All rights reserved.
키워드 가이드(http://www.keywordguide.co.kr) 서비스는 ㈜프레시안플러스에서 제공합니다.

키워드 : 사사(社史)

유귀훈
가이드 이력보기
세부메뉴
검색
의견 및 문의메일보내기
yoohun@gmail.com
help@keywordguide.co.kr